내 집
혹은 우리 집
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첫째, 집을 사기 힘든 것이 그 이유다. 둘째, 집을 사도 이미 주변이 가득 차버려 시야가 막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그 말은 곧 사생활이 완전히 보호되는 가족만을 위한 사적인 실외 공간을 조성하기 어렵다는 말과도 같다. 커다란 저택이 아니더라도, 작은 주택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주택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원을 비롯한 실외 공간에 대한 꿈이 있다. 그런데 도시적 차원에서 그게 힘들어졌다.
사생활에 대한 염려를 담아 담장을 높이 세워 정원 공간을 조성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정원을 포기하고 집의 실내 공간에만 집중하는 게 나을까?
그래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실내 정원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서울만큼이나 혹은 더 복잡하고 밀도가 높은 일본의 도쿄로 가본다. 도심 속 주택, 건축주와 건축가는 실내 정원을 중심으로 주택을 설계하기로 했다. 어떻게 완성됐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일본의 건축 회사 Atelier Spinnoza 에서 설계했다.
사진 속 주택은 사실 아주 작은 주택은 아니다. 그렇지만 위압감이 느껴지는 외관도 결코 아니다. 과시하는 모양새도 아니다. 오히려 개방적인 느낌이면서도 분명히 입구를 드러내지 않아 닫혀 있고, 단순하고 깔끔한 선과 색감으로 외곽선을 그려냈다.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중심으로 실내외를 설계했으며 목재와 빛의 조화를 따뜻하게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오직 한 그루의 나무 일뿐이지만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본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듯한 존재감으로 온기와 기분 좋은 공간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웃집과 넓은 틈을 주지 않고 붙어있는 이 집은 기본적으로 이웃 주택들뿐만 아니라 보행자 및 차량운전자에 이르기까지 잠재적으로 사생활이 노출될 염려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건축주에게 중요한 점은 사생활의 노출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데 있었다. 담장을 치되 눈이 편안한 색감의 목재로 층을 쌓듯이 시공해 커다란 나무가 둘린 듯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집의 겉면은 외부를 향해 실내 공간을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집의 실내는 무엇보다도 내 가족이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많은 양의 목재를 바닥과 천장 마감 등에 사용했으며 흰색의 벽과 만나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으로 정돈했다. 커다란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톤의 간접 조명만으로 공간 곳곳에 포인트를 주었으며 이는 공간에서 조명의 힘을 증명하듯 고급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한층 더 배가시켰다. 전체적으로 실내는 각각의 공간과 마주하거나 한 자리에 있어 열려 있는 느낌으로 설계해 서로 간의 대화가 오가기 쉬운 친근한 분위기로 마감했다. 무엇보다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공간은 바로 실내 정원, 안뜰이다. 커다랗고 거창한 정원을 상상했다면 조금 다른 느낌에 적잖이 놀랄 수도 있을 만큼 자그마한 휴식 공간 정도의 느낌으로 연출했다. 나무가 있는 안뜰이며,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된 사적인 휴식 공간이다.
1층과 2층은 물리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엄연히 분리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 완전히 닫아내지는 않았다. 실내 계단을 직선의 곧은 동선이 아닌 동그랗게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동선으로 설계했고, 이로써 2층에서 1층을 그리고 1층에서 2층을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볼 여유 공간이 생겼다. 직선의 동선으로 열어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개방감일 수 있다. 모든 공간은 조금 더 유기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가깝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또 한 가지, 1층의 천장은 따로 구축하지 않았다. 1층의 천장은 2층의 천장이기도 하다. 그 말은 곧, 천장을 높여 1층의 거실과 주방 등의 사회적 공간에서 더 높고 큰 공간감을 노렸다는 말과도 같다. 다만 그럴 경우 공간이 어두워질 수 있으므로 창문과 선형의 간접 조명으로 공간의 인상을 밝히고 화사하게 마감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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