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공감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공감각자는 숫자마다 색이 다르게 보인다든지, 소리와 색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낀다고 한다. 말하자면 다양한 감각이 한데 섞여 나타나는 셈인데, 노랫말이나 시적인 표현과 무척 닮았다. 바로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광주광역시 운암동의 단독주택은 그런 공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늑한 정원을 품은 주택에서는 바람의 향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집의 이름도 향기를 듣는다는 뜻의 청향실이다. 서예가 건축주를 위한 생활공간 겸 화랑은 한국의 AAPA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했다.
오늘의 집은 네모난 상자 형태를 바탕으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간결한 선의 힘을 살려 디자인한 외관이 서예가 건축주의 작품을 담아낼 것이다. 주택 외부공간에는 흔히 개비온이라 부르는 철제 돌망태로 담장을 조성했다. 자연스럽게 돌 사이 틈으로 바람이 드나들 수 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벽면 모서리에는 의장적 효과를 연출하는 개구부를 냈다.
오늘의 집은 1층에 건축주의 화랑을 배치했다.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사진의 나무다. 유리로 벽을 세우고 작은 정원을 1층에서 바라본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더욱 시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나무 주변에는 두 면에 낮은 벽을 세웠는데,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시 면적을 늘리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빛과 공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너무 강한 빛은 작품에 손상을 주고, 약하고 어두운 빛은 관람을 방해한다. 사진의 공간에서는 곳곳에 다양한 크기의 개구부를 내 빛을 끌어들인다. 주변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면서 전시공간의 빛을 조절하는 창문 디자인 아이디어다. 이와 더불어 천장에는 레일 조명을 설치해, 원하는 빛의 양과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건물 2층에는 건축주의 생활공간을 배치했다. 사적인 성격의 공간을 2층에 마련해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물론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공간을 갖춘 건물이므로, 접근성이 높은 1층에 공적인 공간을 배치하는 편이 낫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오면 사진의 공간을 가장 먼저 만난다. 각 생활공간을 이어주는 복도는 측면에 커다란 창을 내 2층 테라스 풍경을 바라본다.
바닥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에 낸 커다란 개구부는 가족의 소통과 자연을 생각했다. ㄱ자로 꺾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거실과 정원으로 연장하고, 가족은 서로 인기척을 느끼고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다. 더불어 1층과 이어지는 틈새 주변에는 얇은 흰색 철제 난간을 설치했다. 덕분에 나무가 자라는 풍경을 가리지 않아 좋다.
오늘의 집은 2층에 작은 정원을 마련했다. 사진의 왼쪽 외부공간은 앞서 1층에서 바라본 나무가 자라는 정원이다. 2층에는 테라스를 조성해 나무를 실제로 만지거나 관리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인식하고 계절의 변화를 직접 맛보는 공간이다. 거실은 살며시 단을 높여 툇마루를 만들었다. 전통건축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거실과 정원 디자인이다.
만약 전통건축 아이디어를 적용한 또 다른 단독주택이 궁금하다면, 여기 기사에서 한옥의 현대적인 변신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2층 정원과 테라스는 주로 흰색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밝고 화사한 흰색 표면에 빛은 반사되고, 생동감 넘치는 나무는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처음 말한 대로 향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정원 공간이다. 이렇게 완성한 정원과 거실 사이에는 접이식 유리문을 설치했다. 상황에 따라 문을 활짝 열면 정자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물론 문을 닫으면 실내환경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오늘의 집은 단을 높여 거실을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툇마루 또는 평상을 닮은 실내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성격이 다른 영역을 높낮이를 바꿔 구분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적절한 폭과 높이로 시공한 계단은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짧은 복도를 지나면 바로 거실을 만날 수 있다.
도심의 주거환경에서는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오늘의 집은 작은 창문이 다른 이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한다. 길가에 자리를 잡은 집임을 고려한 디자인 아이디어다. 멀리 보이는 커다란 창은 빛과 바람을 끌어들여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한다. 천장에는 트랙 조명을 달아 밝은 실내환경을 완성하는데, 1층의 갤러리와 비슷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많은 이들이 그저 계단을 두 층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의 집처럼 계단 틈과 모서리에 독서를 즐기는 벤치를 설치해보자. 물론 작은 소품이나 장식으로 공간을 꾸며도 완벽하다. 공간에 재미를 더하는 계단 디자인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계단 난간은 주변과 분위기를 맞추고, 바닥은 1층 전시공간에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 콘크리트의 질감을 드러낸다.
그럼 더욱 완벽한 우리 집은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까? 여기 기사에서는 우리 집 디자인에서 실패를 피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